아름다운 UX, 불편하면 끝 아닌가...?
아름다움은 개뿔, 불편하면 끝 아닌가
요즘 제법 입에 오르내리는 서비스를 분석해보았다. 아직 스타트업이고 발전하는 단계라 혹독한 비평은 하기 싫어 업체 페이지는 밝히지 않겠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자인이 미니멀하고 눈에 편하다는 둥, 호평이라 한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겉보기만 그럴싸하다고 해서 다 좋은 UX는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이 리뷰 페이지를 한번 까다롭게 뜯어보기로 했다. 주로 피터 모빌의 UX 7요소와 제이콥 닐슨의 10가지 사용성 평가 기준을 잣대 삼아 분석해봤다.
피터 모빌의 7요소로 깐깐하게 뜯어보기: UX는 예쁜 UI 만들가 아니다.
UX를 논할 때 늘 등장하는 피터 모빌의 7요소라는 게 있다. 뭐, 다들 아는 내용일 테니 구구절절 설명은 생략한다. 핵심은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거다. 이 예시 사이트는 과연 어땠을까?
graph TD
A[아이디어 구상] --> B{완벽주의 강박?}
B -- Yes --> C["무한 미룸/디버깅 집착"]
C --> D[좌절/자아 비판]
D -- (결국) --> E["전략적 후퇴<br/>'일단 박기'"]
E --> F["최소 기능 구현<br/>(MVP)"]
F --> G[전체 맥락 파악]
G --> H["세분화된 개선<br/>(반복 작업)"]
H --> I[어느새 완성!]
B -- No -->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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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Useful): 사용 가능하냐고? 물론이다. 홈 피드든, 디렉토리든 일단 콘텐츠를 보여주기는 하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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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성(Usable): 사용하기 쉽냐는 질문에는 좀 갈린다. 홈 피드는 꽤 직관적이다. 스크롤 내리면 콘텐츠가 주르륵 나오고, 인터페이스도 단순하니 말이지. 그런데 ‘디렉토리’ 페이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 들어가는 사람은 이게 대체 뭘 하는 곳인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페이지인지 직관적으로 유추하기 어렵더라. 뭘 하라는 건지 빤히 보이는데도 헤매게 만든다면, 그건 사용하기 쉽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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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성(Desirable): 디자인 자체는 솔직히 제법 매력적이다. 미니멀하고, 폰트 크기나 간격도 가독성이 좋다. 둥근 요소들을 사용해서 눈이 편한 건 인정한다. 기본이 다크모드라서 콘텐츠를 오래 봐도 눈이 덜 피로한 것도 괜찮은 시도다. 하지만 ‘예쁜 걸’ 만드는 것은 UX가 아니다. 그건 시각의 극대화를 디자인하는 UI와 브랜딩-비쥬얼 디자인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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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Credible): 사이트 자체의 신뢰도는 괜찮다. 문제는 콘텐츠다. 여러 사용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니, 홈 피드의 콘텐츠 출처나 디렉토리 멤버들의 정보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이건 이 프로덕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라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야 한다. 필터링이나 검증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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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Accessible):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콘텐츠 간의 구분이 확실해서 보기 편하다. 그런데 홈 메뉴의 대비는 덜 뚜렷해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 코드 상의 접근성, 그러니까 이미지 대체 텍스트나 링크 이름 같은 건 잘 제공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속도 잘 챙겼는지는 좀 더 깊이 봐야 알겠지만, 일단 형식적인 부분은 준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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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가능성(Findable): 자, 여기서부터 좀 뭔가 핀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모바일에서는 주제별 카테고리는 제공하지만, 홈 피드에서 관심 콘텐츠를 검색하는 기능이 없다. 디렉토리에서 멤버를 검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니, 뭘 찾으라고 만든 서비스인 건가? 사용자가 뭔가 필요해서 찾아보려고 할 때, 그걸 못 찾게 만든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나. 이건 솔직히 치명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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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성(Valuable): 전반적으로 UX 7요소를 잘 지킨 것 같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6번 ‘검색 가능성’이 아쉽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 느낌이다. UX의 본질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얻게 돕는 거다. 찾을 수 없게 만든다면, 아무리 예쁘고 유용해도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 플로우를 대충 그려봐도, 결국 사용자가 뺑뺑이를 돌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제이콥 닐슨의 10가지 원칙, 그 냉정한 잣대: 인간은 실수를 하고, 서비스는 그걸 받아줘야 한다
이번엔 제이콥 닐슨의 10가지 사용성 평가 기준이다. 이것도 UX 설계의 기본 상식 같은 거니, 이걸로 예시 사이트를 더 깊게 들여다봤다.
1. 시스템 상태의 가시성 (Visibility of system status)
- 합리적인 시간 내에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에게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항상 제공해야 한다.
- 예제: 클릭하면 필요한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는 구조다. 뭐, 이건 딱히 깔 게 없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건 보여주더라.
3. 사용자 제어 및 자유 (User control and freedom)
- 사용자는 종종 실수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혹은 실수로 수행한 작업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 ‘탈출구’를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 예제: 홈 피드의 콘텐츠 중 ‘더보기’를 클릭하고 ‘관심 없어요’를 선택했을 때 말이지, 이걸 되돌리는 방법이 없더라.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직관적이지는 않았다. 한 번 싫다고 하면 영원히 싫은 건가? 사용자가 실수로 ‘관심 없어요’를 눌렀다면?
4. 일관성 및 표준 (Consistency and stand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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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일관성: 플랫폼 및 업계의 관습을 따를 것 (잘 알려진 UI 디자인 패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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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UI 디자인 패턴상 주로 사용하는 요소들은 잘 적용되어 있었다. (…) 모양의 더보기 메뉴, 관심 있어요 표시에 하트 아이콘, 카테고리 선택 시 셀렉션 박스 등. 업계 표준을 따르는 건 좋다.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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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일관성: 사용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제품의 인터페이스나 정보 제공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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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서로 다른 페이지임에도 상단 셀렉트 박스, 타이틀 영역 같은 공통 컴포넌트를 사용해서 UI에 일관성이 있었다. 이건 칭찬할 만하다. 최소한 사용자에게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라는 불안감은 주지 않으니까
5. 오류 방지 (Error prevention)
-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을 제거하여 사용자의 실수를 방지해야 한다.
- 예제: UI가 직관적이라 사용자가 실수를 할 확률은 낮다고들 한다. 그런데 말이지, 세상에 완벽한 UI는 없다. 사용자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고를 친다. ‘실수할 확률이 낮다’는 건 ‘실수를 안 한다’는 말과 같지 않다. 오류를 아예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오류가 났을 때 사용자를 구제할 방법이라도 제시해야한다.
9. 오류의 인식, 진단, 복구를 지원 (Help users recognise, diagnose, and recover from errors)
-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시하고, 해결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
- 예시: 클릭하면 필요한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는 직관적인 구조 덕분에 딱히 오류 메시지를 볼 일은 없다. 하지만 오류가 ‘없다’고 해서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니 잠재적인 오류 상황에 대한 대비는 늘 필요하다. 모든 사용자는 잠재적 빌런이자 실수 유발자.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10. 도움말 및 설명 문서 (Help and documentation)
-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황에 따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
- 예시: 전체적으로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미니멀하고 명확한 UI/UX를 제공한다. 그런데 ‘디렉토리’ 페이지는 이게 전체 멤버를 볼 수 있는 페이지라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없더라. 페이지 내용을 좀 살펴봐야 ‘아, 이게 그거였군!’ 하고 깨닫게 된다. ‘디렉토리’라는 용어 자체가 초심자에게는 불친절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이 독이 되는 순간. 모든 걸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친절은 베풀어야 한다.
피드백의 본질에 대한 고찰:
피드백은 개선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 피드백이 ‘감정’과 ‘주관’에만 치우쳐 있을 때, 개발자는 길을 잃는다. ‘이상하다’는 건 그래서 가장 무서운 피드백이다. 뭐가 이상한 건지, 왜 이상한 건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그건 그냥 ‘까라면 까’와 다를 바 없지 않겠나.
개발자 멘탈 무너뜨리는 과정
graph TD
A[코드 수정] --> B{시각적 결과물 변화?};
B -- YES --> C[1px 글리칭/렌더링 오류 감지];
C --> D[멘탈 붕괴 & 디버깅 반복];
D -- 실패 --> D;
D -- 성공 --> E[다음 작업];
B -- NO --> A;
style A fill:#D0F0C0,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B fill:#FFDDC1,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C fill:#FFCCBC,stroke:#333,stroke-width:2px;
style D fill:#FFCCCC,stroke:#FF0000,stroke-width:3px;
style E fill:#C0D0F0,stroke:#333,stroke-width:2px;
그래서, 결론은?
예제 사이트는 분명 디자인적으로는 매력적인 서비스다. 미니멀하고 눈에 편하다는 강점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말이지, 사용자가 ‘찾고 싶은 걸 못 찾고’, ‘한 번 누른 걸 되돌릴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무리 예쁜 인터페이스라도 불편하면 끝 아닌가.
UX의 본질은 결국 ‘문제 해결’이고, ‘사용자 편의성’에 있다. 심미적인 접근과 구현은 UX라는 직군의 본질이 아닌데 업계도, 기업도, 직무군들 사이에서도 잘못된 인식이 곳곳에 퍼져있어 직무 이해에 대해 직함을 가진 본인도, 그와 일하는 다른 직군의 종사자들도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프로덕트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것. 그게 핵심이다.
결국 사용자는 디자인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서비스를 사용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UX 리서처, UX 디자이너 혼자서 커버하기엔 방대한 업무량이다. 디지털 애널리틱스, 프로덕트 오너, 구현하는 개발자 등이 모두 서로의 직군이 어떻게 협의해 시너지를 이룰지 고민하고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유동적인 데이터 및 인사이트를 모아 공유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UX이다.
당신은 혹시, 그저 UX의 본질을 놓치고 있진 않은가? 이 책임은 UX에 대한 이해부재로 잘못된 기대치를 종용하는 업계, 숱하게 혹세무민하는 부트캠프형 컨텐츠 셀러들, 잘못된 직무 이해를 필터없이 받아들이고 UX디자인의 본질과는 다른 업무를 종용하는 매니저나 디렉터 등 통합적인 문제이다. 조직의 오너들이나 리드들이 제대로 깔끔한 정의를 조직에서 잘 성장하도록 이슈를 계속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