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감사, 이제 선택/권고가 아닌 필수-호주연방정부의 정책

많은 사람들이 AS EN 301 549를 그저 ‘WCAG의 호주 버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살짝 더 엄중하다.

AS EN 301 549는 호주가 유럽 표준인 EN 301 549를 그대로 가져와 채택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요구사항’ 표준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ICT’**다.

WCAG가 주로 **웹 콘텐츠(웹사이트, 웹앱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AS EN 301 549는 그 범위를 훨씬 넓게 잡는다.

  • 웹 콘텐츠 (Web): 이 부분의 요구사항은 WCAG 2.1 Level AA를 그대로 준용한다. 즉, 웹사이트나 웹앱을 만든다면 WCAG 2.1 AA를 준수하는 것이 곧 AS EN 301 549의 웹 관련 조항을 준수하는 것과 같다.
  • 소프트웨어 (Software): 웹 브라우저가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예: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도 이 표준의 적용을 받는다.
  • 하드웨어 (Hardware): 키오스크, ATM, 스마트폰 같은 물리적 기기까지 포함한다.
  • 비-웹 문서 (Non-web documents): PDF, 워드 문서 등 웹페이지가 아닌 디지털 문서도 해당된다.
  • 지원 서비스 (Support Services): 제품 설명서, 고객 지원 서비스 등 제품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 절차까지 포괄한다.

한마디로, 당신이 만드는 것이 디지털과 관련된 무언가라면, 거의 다 이 표준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AS EN 301 549가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들

이 표준의 핵심은 **‘기능적 성능 선언(Functional Performance Statements)’**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깔려있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조항을 지켰더라도, 실제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그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분 주요 요구사항 (What it Demands) 현실에서의 의미 (The Reality Check)
기능적 성능 사용자가 ICT 제품/서비스를 인지하고, 조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시각 장애인이 키오스크의 모든 기능을 음성 안내로 이용할 수 있는가? 청각 장애인이 영상 콘텐츠의 모든 정보를 자막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웹 (Web) WCAG 2.1 Level AA를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는 페이지 전체, 프로세스 전체의 접근성 보장 등이 포함된다. “우리 사이트는 WCAG 준수해요”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회원가입부터 결제까지의 전체 과정이 막힘없이 접근 가능한지 증명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보조 기술과의 호환성, 키보드만으로 모든 기능 조작 가능, 명확한 포커스 표시 등을 요구한다. 당신의 앱이 스크린 리더와 충돌하지는 않는가? 키오스크의 터치스크린이 고장 났을 때, 다른 방식으로 조작할 방법이 있는가?
문서화 및 증빙 제품이 어떻게 접근성 표준을 충족하는지 스스로 선언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NSW 정부 조달 절차에서는 이를 ‘적합성 선언’으로 요구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이 표준의 이 조항을, 이런 방식으로 테스트하여 준수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VPAT 등)를 갖추고 있는가?
프라이버시 접근성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다른 사용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음성 명령 기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음성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수집되거나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규격 문서는 어디서 볼 수 있는가?

  1. AS EN 301 549 (호주 표준)

    • 공식 구매처: Standards Australia 웹사이트에서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 이것이 호주 내에서 법적 효력을 가지는 공식 문서다.
    • 구매 링크: Standards Australia Store (검색창에 ‘AS EN 301 549’ 입력)
  2. 정부 및 기관 해설 자료

    • NSW Government: 정부 조달 시 이 표준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 W3C (World Wide Web Consortium): WCAG와 각국 표준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CAUDIT (Council of Australasian University Directors of Information Technology): 대학 IT 책임자 협의회에서 제공하는 표준에 대한 요약 및 해설 자료도 참고할 만하다.

증명 책임의 시대: NSW와 호주 정부는 어떻게 접근성을 강제하는가

“그래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이걸 요구하는 곳이 어디냐?“라는 질문이 나올 때가 됐다. 하나는 당신이 정부와 거래하고 싶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 그냥 호주에서 사업을 할 때이다.

1. NSW 정부의 간단한 규칙: “돈을 받고 싶다면, 증명하라”

  • 누가 대상인가? (Who is on the hook?) 매우 간단하다. NSW 정부에 ICT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모든 기업, 조직, 서비스 제공업자가 대상이다. 당신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비영리 단체든 상관없다. NSW 정부의 돈을 받고 싶다면, 그들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는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계약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How do you prove it?) NSW 정부는 “우리 제품은 접근성을 준수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체계적인 **‘증빙’**을 요구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바로 **‘적합성 선언(Statement of Conformance)’**이다.

    1. 자체 평가 및 문서화: 먼저,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AS EN 301 549 표준의 각 조항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2. 접근성 적합성 보고서(ACR) 작성: 이 평가 결과를 ACR(Accessibility Conformance Report) 이라는 공식적인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 이 보고서의 표준 템플릿이 바로 그 유명한 VPAT(Voluntary Product Accessibility Template) 이다. VPAT은 각 표준 조항에 대해 ‘준수(Supports)’, ‘부분 준수(Partially Supports)’, ‘미준수(Does Not Support)’ 등으로 명시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아주 구체적인 문서다.
    3. 정부 조달 시스템에 제출: 이렇게 작성된 ACR(VPAT)을 NSW 정부의 조달 플랫폼(buy.nsw 등)에 제출하여, 당신의 제품이 계약 조건을 충족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건 마치 세금 신고와 같다. “나 세금 잘 낼게요”라는 약속이 아니라, 소득과 공제 항목을 조목조목 기재하여 서류로 제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2. 호주 연방 정부 차원에서 벌어지는 더 큰 변화

  • 디지털 경험 정책 (Digital Experience Policy): 호주 디지털 변혁청(DTA)이 내놓은 이 정책은 연방 정부 웹사이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 WCAG 2.2 AA 의무화: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다. 기존의 2.1이 아닌, 더 최신 버전인 WCAG 2.2 Level AA를 새로운 기준으로 채택했다. 이는 웹 접근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새로운 의무화 시점: 당신이 본 대로, 2025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는 모든 신규 정부 웹사이트는 이 기준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것이 NSW가 아닌 연방 정부 정책이라 해도,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정부가 기준을 높이면, 그것이 곧 시장 전체의 ‘사실상의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3. 장애차별금지법(DDA)

정부 조달 정책이 ‘당근과 채찍’이라면, **1992년부터 존재해온 장애차별금지법(DDA,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은 그 자체로 ‘법’이다. 이 법은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공중에 재화, 서비스, 시설을 제공하는 모든 민간 기업과 조직에 적용된다.

  • 어떻게 집행되는가? 어떤 사용자가 당신의 웹사이트가 접근성이 낮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면, 그는 호주 인권 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AHRC)에 차별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위원회는 조정을 시도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사안은 연방 법원으로 갈 수 있다.

  • DDA와 WCAG의 관계: DDA 법조문 자체에 ‘WCAG’라는 단어가 적혀있지는 않다. 하지만 법원과 위원회는 ‘차별이 있었는가’와 ‘합리적인 조정을 제공했는가’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잣대(benchmark)**로 WCAG를 사용한다. 이제 DTA가 WCAG 2.2를 정부의 공식 기준으로 선언한 이상, 법정에서도 WCAG 2.2가 새로운 ‘합리성’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그림은 명확해진다.

graph TD
    subgraph "정부 압박 (Government Pressure)"
        A[NSW 조달 정책] --> B{AS EN 301 549 준수 의무};
        C[연방 DTA 정책] --> D{WCAG 2.2 AA 의무화};
        B & D --> E["증빙 요구: ACR (VPAT)"];
    end

    subgraph "시장 압박 (Market & Legal Pressure)"
        F["장애차별금지법 (DDA 1992)"] --> G{모든 기업/조직에 적용};
        G --> H["WCAG 2.2가 '합리성'의<br>새로운 법적 잣대가 됨"];
    end

    E & H ==> I[결론: 체계적이고<br>증명 가능한 UX 감사는<br>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당신이 정부와 거래를 하지 않아도 법정 커미션에 당신의 사업장이 케이스로 제출된다면 당신은 이 조항에 대해 피할 수 없다. 정부가 WCAG 2.2라는 새로운 기준을 내세운 지금, “우리는 몰랐다” 또는 “노력하고 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당신은 법정에서 당신의 노력을 ‘증명’할 준비를 해야한다.

이제 우리는 웹사이트를 넘어 사용자와 만나는 모든 ICT 접점에서 접근성을 증명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래서, 누구를 믿을 것인가?

ISO 27001처럼 명확한 인증서가 있다면 좋겠지만, 접근성 영역은 그렇지 않다. W3C, The A11Y Project 같은 기관들이 표준과 리소스를 제공하지만, 특정 업체의 ‘자격’을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사자의 ‘증명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이는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법적 맥락을 이해하고, 기술의 근원을 파악하며, 데이터로 주장을 증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설계하는 총체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법정 다툼과 글로벌 경쟁이 일상이 된 지금, 당신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융합 전문가’다. 당신은 그런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는가? 혹시 조언을 원한다면 UX Audit 전문가에게 문의해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