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성의 환상과 팬덤의 정치적 힘
본 글에 앞서
나는 종종 ‘정상’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본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은 과연 진정한 가치일까? 이번에 내가 2024년 12월 말 윤석열의 불법 계엄령에 답한 한국인들의 시위데모에 집결한 모습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합이었다. 그들은 결혼과 대기업 직장이라는 전통적 경로는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며,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했다. 온건하고 회피형 같지만 은근하게 자신만의 기준을 향해 꼿꼿히 싸우는 고집스러운 자들.
나에게 맞지도 않는 정상성과 규범의 무의미함
우리 사회는 종종 획일적이고 비현실적인 기준을 개인에게 강요한다. 안정적인 직장, 결혼과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은 많은 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자다움을 강요당하고 남자다움을 강요당하며 나이에 따라 어떠한 이미지에 갖춰 사람을 무도회장마다 쓰는 가면을 바꾸듯 탈피하게 종용한다. 거기에 신경다양성자, 장애인, 퀴어, 외국인, 이주민, 교포,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사무직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종종 획일적이고 비현실적인 기준을 개인에게 강요한다. 안정적인 직장, 결혼과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은 많은 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규범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기로 선택했다.
이러한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규범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기로 선택했다.
사회적 규범은 종종 공허하고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 탄핵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경로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었다. 임신육아출산은 이제 그들의 인생에 어떠한 목표로서 자리잡지 않는다. 일부는 안정적인 파트너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으나 안정적인 파트너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인생의 주는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누구는 학생일수도, 누구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닐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노동과 다양한 사회적 포지션을 가지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였다. 한가지는 말할 수 있다. 소위 사회에서 종용하는 ‘대기업을 다니고 안정적인 파트너를 찾아 함께 가정을 꾸려 3-4인 가족을 꾸린’것이 삶의 목적인 사람들과는 노선이 다른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소위 말하는 ‘평범한 정상인의 범주에 드는’ 혹은 ‘갓생’,‘인싸’라고 표명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때로는 전시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정치적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 힘으로서의 팬덤
한국의 팬덤/덕질 문화는 독창적이며, 여러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이를 독특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연대 의식과 정치적 행동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공동 목표를 위해 단결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팬덤/덕질 문화는 겉보기에는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행동할 줄 안다. 팬덤 활동을 통해 경쟁과 협력, 집단행동을 경험한 이들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선 연대의식을 체득하게 된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지지는 그 자체로 정치적일 수 있다. 자신의 취향과 신념을 드러내고, 동료 팬/동지 오타쿠들과 결속하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들을 내포한다. 팬덤 문화는 개인의 열정을 집단적 힘으로 전환시키는 훈련의 장이 되어준다.
정상성의 환상 거부
이들은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이라는 허상을 거부한다. 그들은 인스타그램 속 ‘전시적 행복’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들은 물질적인 성공이나 사회적 인정 대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선택한다. 그들은 ‘정상 범주 트랙에서 탈락한 자’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낙인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 한다.
팬걸&오덕들은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한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정상성’이라는 허상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노력한다. 취향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한다. 이들에게 ‘광팬’, ‘덕후’라는 말은 부끄러운 낙인이 아니라 자부심의 원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그로부터 힘을 얻는 태도야말로,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다. 다수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꽃피우고, 진정한 연대를 실천하는 그들의 방식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예고한다.
픽션 소비와 정의에 대한 믿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픽션 소비량과 세상이 정의롭다는 믿음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팬걸/오덕들이 소비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가 그들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내러티브 운송 이론(Narrative Transportation Theory)에 따르면, 픽션은 독자나 시청자를 이야기 세계로 ‘운송’하며, 이 과정에서 픽션 세계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된다. 많은 픽션 작품들이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긍정적 환상(Positive Illusions)과 정의로운 세상 가설(Just World Hypothesis)은 사람들이 현실보다 더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거나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경향을 설명한다. 픽션 소비는 이러한 믿음을 강화할 수 있다. 반두라의 사회 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은 픽션 속 캐릭터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정의로운 행동의 중요성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꿘으로서 훈련이 다 끝난 재능충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형성하며, 정치적 이슈에 대해 토론한다. 또한, 자신들의 관심사인 애니메이션, 만화, 아이돌, 음방 방송, 공연, 게임 등의 문화 콘텐츠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현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한 관심을 가진 팬/덕후들은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기도 한다. 팬덤 문화를 정치적 활동에 접목시켜, 좋아하는 캐릭터나 작품의 이미지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팬미팅과 같은 이벤트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참여 방식들은 이들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요…
결국, 사회가 말하는 ‘정상’이란 허구이자 허상이라고. 그렇게 정상인은 이렇게 산다, 인싸들은 이렇게 삶을 살고 있다라며 주입적인 표상들을 매번 마주하고 크든 작든 사회적으로 묵묵히 저항하며 우리들은 살아왔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민의 주권이 침탈당한 끔찍한 사건에 아무 일도 없던 것 마냥 해맑게 구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구는 이들을 보며 다 부질없는 헛것이었구나 생각하는 게 비단 나뿐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접목되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강요되는 그 이미지들은 그저 추악한 욕망을 자극하는 허무한 가치일 뿐이다. 팬덤&덕후들의 문화와 그걸 향유하는 행동들은 그 허상을 깨부수는 강력한 무기다. 그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도 저항의 깃발을 들었다. 그들의 연대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사회 변혁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팬덤/덕후들의 매니아 문화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고 새로운 정치적 참여 방식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화적 현상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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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본과 정치참여 간의 상관관계 연구 (참고: https://kostat.go.kr/board.es?mid=a90206010200&bid=11911&act=view&list_no=376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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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연구, 서사 이론, 서사학 포스트 (https://m.blog.naver.com/yolwooju/22171962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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